시작노트

첫 시작은 미미하다

그 서풍 2013. 9. 12. 22:36

// 보성 유정리 식전 풍경

 

 

이삭줍기

                          김성룡

 

황톳길을 돌아들면 컹컹 누렁이 소리 

푸드득 놀란 수탉의 홰치는 소리

 

어흠, 이른 아침 장죽에 뒷짐을 지시고

할아버지의 헛기침이 마당을 서성인다 

 

살구나무에 기름진 참새소리

아침상을 보는 엄니의 분주한 손길

 

모내기를 앞둔 무논가의 느티나무가

개울 건너 누이처럼 물끄럼하다

 

지나간 것은 늦가을 텅 빈 들녘

 내일은 바람이 얼마나 찰 것인가

 

인적이 끊어진 들녘의 이삭줍기에

 벌건 얼굴로 얼마나 설레일 것인가

 

 

 마을 어귀의 볼록거울에 달맞이꽃 몇송이 빼꼼히 고개를 내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