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 CNN이 선정한 한국 방문시 꼭 가봐야 할 곳 50선 가운데 하나인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
여보게! 이곳은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이야. 언제 구불구불 향수어린 돌담길을 따라 느긋하게 걸어보지 않으려나?
마침 제철을 만난 참매미들의 장엄한 합창에 청량감이 그만 밀물처럼 밀려 들게야.
눈길 머무르는 곳마다 둘러보며 북문에서 서문 쪽으로 난 정다운 돌담길을 따라 흙먼지를 일으키며 들어오게나.
돌담을 울리는 길손의 낯선 발자국 소리에 키 큰 해바라기가 담장너머로 고개를 삐죽 내어밀게야.
감나무 그늘아래 둥그런 초가지붕, 내어걸린 아기자기한 빨래, 만개한 해바라기, 어때 정겨웁지 아니한가?
그 원색의 풍경을 넋을 놓고 지켜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판소리 춘향전 사랑가 한 대목이
발걸음을 붙잡을께야. 그럼 마당에 놓인 통나무 의자에 어울려 앉아 잠깐 쉬어가도 좋으련.
흥겨운 가락에 취하여 추임새를 넣고 덩달아 어깨춤을 곁들이다보면 더위는 저만치 달아나고, 처음 만난 사람끼리
서로 권하며 나누어 마시는 냉수 한 잔, 사람사는 정이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대추나무 우물 큰샘에서 빨래하는 아주머니가 두들기는 귀에 익은 방망이소리는 어느덧 아련한 유년시절로 성큼 시간
여행을 떠나게 만들 것이야.
허리에 질끈 동여맨 앞치마, 머리에 눌러 쓴 무명수건, 버선코가 뚜렷한 흰 고무신, 바로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신가!
여보게, 유년시절의 고향이 못 견디게 그립거든 언제든지 이곳으로 달려오게나.
한 바퀴 돌고나서 컬컬하고 출출하거든 빈대떡 안주에 나누어 마시는 한 잔 딱배기, 그만 고향의 맛에 푹 빠져 들걸세.
낯 익은 얼굴, 낯 익은 풍경, 귀에 익은 소리, 잊고 지내던 고향의 정취를 사무치게 만끽하게 될걸세. ^)^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 James Galway
/ 돌담을 울리는 길손의 낯선 발자국 소리에 키 큰 해바라기가 담장너머로 고개를 삐죽 내어민다.
줄에 내어 걸린 아기자기한 저 빨래,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정겹다!
/ 연지에 홀로 활짝 핀 백련이 마침 바람을 타고 눈부신 생머리를 흩날리며 서 있다. 고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