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가 살아 숨쉬는 백야도
// 솔난
백야도를 찾은 날 하필 하늘은 온통 회색빛으로 무겁게 내려앉아 금방 비가 내릴 것처럼 맞닿은 바다도 음울
하게 잿빛을 띄고 있었다.
모처럼 찾은 한려해상은 낯선 이방인에게 청정한 속살을 들추어내고 싶지 않은 듯 심드렁하게 돌아앉아 한 편
의 묵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연륙교 설치로 도서지방이라는 처녀성을 잃어버린 백야도는 더 이상 ‘바다가 육지라면’ 이라고 목을 빼는 섬의
낭만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일행이 굳이 몽돌밭 가는 길을 마다하고 백호산 탐방로를 따라 들어 선 것도 꼭 날씨 탓만은 아닌 이런 섭
섭한 마음이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신가선착장을 향한 길목에는 놀랍게 50~60년대의 오염되지 않은 생태계가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음머 반가워요. 어디서 오셨나여?
산야에 그냥 멀뚱하게 풀어 놓은 황소는 이제 그림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낯선 풍경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아, 솔란. 이렇게 탐스럽고 눈부시게 무리지어 핀 솔난은 아직 뭍에서 만나지 못했다.
해풍을 타고 수줍은 듯 나긋한 자태는 그 옛날 이웃집 누이를 닮았다.
백야도의 청정한 풍경은 족두리꽃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 속에 저 암탉처럼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Serenade In Green / Bandari
// 족두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