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어떤 자화상

그 서풍 2013. 10. 6. 23:05

 

/ 가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 천관산 등정 길에 촬영

 

 

어떤 자화상

                                 김성룡

 

그래, 바로 그때였어

정상을 향해 가쁜 숨을 몰아쉬던 나의 눈에

그가 번뜩 들어왔어

반사적으로 셔터를 눌렀지

 

글쎄, 잘 모르겠어

바람결에 스치듯이 오르는 산행에

어떻게 그가 내 시야에 꽂혔는지

분명한 것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었어


내가 향하던 다른 길목, 어느 바위 위에

그는 아스라이 서 있었던 게지

한 편의 실루엣처럼...

 

아니, 무언가 동작을 취하고 있었어

맞아, 사진을 찍고 있었지

카메라만 봐도 울렁증이 도지는

이건 숨길 수 없는 지병과 같은 거야

 

 그가 담긴 이미지를 들여다보며 깨달았어

다름 아닌 가 바로 였다는 사실을

 

저물녘 들길이나 새벽빛 자욱한 물가,

산그늘이 포근한 고개 어디쯤엔가

길 위에서 길을 찾아 서성이는 내가

그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사진 찍는다는 거,

내 마음속 풍경을 하나

슬그머니 들추어내는 것.

                                                

                                                 

 Array Of Light / Joe Bongior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