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펀에서 두둥실! 천등 날리기

그 서풍 2015. 3. 28. 11:04

 

 

어린 시절 연날리기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잘 안다.

팽팽하게 당겨진 연실의 긴장감을 틀어잡고 물레를 당겼다가 놓기를 반복하면,

꼬리를 흔들며 맞바람을 타고 두둥실 차고 오르던 연의 스릴과 쾌감을...

타이완 여행에서 그 스릴과 쾌감을 회상하며 재현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바람도 쉬어가는 간이역, 스펀’(十分)천등 날리기가 그것이다.

 

 

 

오지인 깊은 산속 가난을 낙으로 삼고 살아가던 원주민 마을이 이 천등 날리기로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이곳은 예부터 산적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라 이웃과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던 천등을

지금은 소원을 담아 하늘로 날리는 놀이 문화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철로 위에서 천등에 불을 붙여 친구들과 왁자지껄 날리기에 골몰하고 있는데

아뿔싸! 어느새 기차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저만치 달려오고 있는 게 아닌가?

스펀에서 즐기는 천등 날리기의 색다른 묘미이다.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짝을 이룬 DH와 함께 하늘로 들어올린 부풀은 천등이 수직으로 솟아오르다가

마치 실이 끊어진 연처럼 바람을 타고 점점 높이 사라지던 풍경은 또 다른 희열로 다가왔다.

  나의 로또 100억 당첨의 소원을 접수하였다는 듯이 두둥실 날아 올랐다.

 

 

 

 살면서 소원 없는 사람이 있을까. 모두의 소원을 품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천등,

스펀에서 많은 시간 잊고 지내던 하늘을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았다.

서로 느낌이야 나름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친구들 가슴 속에 저 너른 하늘 한자락을 덥석 담아왔다고...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의 소원은 하나같이 저 광활한 하늘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이동하는 버스 안은 미쳐 가시지 않은 '소원 풀이'의 감동으로 야단법석이었다.

어느덧 우리는 오십년 전 아득한 코흘리개 시절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로또 당첨되면 3등분 하는 거야?”

H가 미리 다짐을 받아놓겟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였다. ^)^

 

 

 

 

비오는 날 촬영하느라 렌즈가 물기에 번져 다른 친구들 사진을 올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쎄쎄(感事)!

제안 하나 : 금봉이의 애달픈 사랑이 깃든 천등산 박달재에서 소원을 담은 연 날리기를 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