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의 노을에 젖다
순천시 해룡면 와온 해변의 석양
여보게, 혹시 '해 그림자' 보았는가?
어제 와온 해변에서였어
갯벌과 하늘을 잇는 오작교가 있다면 저렇게 황홀할 것인가
마침 '해 그림자'를 따라 노을이 스멀스멀 번지기 시작하였어
풀어놓은 물감처럼 와온의 황혼녘이 서러웁게 곱더군.
갯벌에 홀로 꼬막처럼 누운 솔섬
물길 따라 갈매기도 떠나버린 손바닥만 한 섬,
노을이 찾아와 에둘러 쉬었다 가는 곳
섬은 이미 돌아누웠는데 솔은 아직 청정하게 서 있더군
저 솔까지 누웠다면 누구와 눈 맞춤 하였겠나.
누군가 정색을 하며 그러더군
썰물이 지나간 갯벌에 패인 물길처럼
삶의 여정에 깊은 곳 굽은 곳도 있어야 하는 거래
그래야 흔들림에 익숙해진다는 게야
잘 닦은 길 티 나게 좋아하지 말게나
그 길 줄곧 달리다보면 졸리기 마련이지
게슴츠레한 눈길로 세상구경 제대로 하겠느냐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맞장구를 쳤거든.
대뜸 솔섬이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게야
지 좋아 싸질러 다닐 때는 언제고 이제야 왔느냐고
지금 뭐가 보이는 게 있느냐고
이제야 외상값 셈할 수 있느냐고
마디마디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히더군.
그래.
미루어 둔 가슴 속울음 차오르거든
이곳에 또 오는 거야
부연 눈으로 마른 침 꿀꺽 삼키며
와온의 노을에 젖어들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도 괜찮은 곳이거든
울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될 테니까
고향집 땀내 물씬한 온돌방처럼
한바탕 퍼질러 눕고 싶은 곳
아, 그곳... 와온이여!
와온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