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도와리장

그 서풍 2015. 9. 16. 23:14

 화순 고인돌 유적지에서 촬영

 

 

도와리장                     

                       김성룡

 

더러는 살다가

미치고 환장할 일 있거든

해바라기 밭으로 가자

 

그곳에서 한 쪽을 향하여

상사相思의 목아지 길게 빼고

한 몸으로 돌아서서 다부지게

시위하는 이들을 만나거든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슴을 활짝 열어라

깨진 징 소리 잦아들 때까지

찟겨진 자명고 울부짖을 때까지

 

하늬쪽에 붉은 바람 일어나

아우성이던 노을 어슴푸레 번지거든

저 탓이야, 시치미 뚝 흘려보내라

 

더러는 넋 놓고 바닥을 칠 때

한달음에 달려가 도와리*하는 

자지러들 꽃밭이 있다는 건, 가슴

아리게 살아 볼만한 일 아니겠느냐

 

 * 도와리 :  음식이 체하여

갑자기 토하고 설사하는 토사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