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개운한 설날

그 서풍 2016. 2. 9. 22:16


희망찬 새해 이미지, 관련 사이트에서 인용



개운한 설날

                                        김성룡

 

설날 차례 상, 어머니 손때 절은

사기대접이 포만감으로 흐뭇하다

 

뽀얀 국물 위 두부가 나룻배를 띄우면

토실한 북어가 아랫배 디밀고 노를 젓는다

노질을 방해하는 것은 필시 토란이다

 

어머니의 차례 상에서 북어장국은

홀로 만경파萬頃波 이끄 등대같았다

차례를 끝내고 음복을 하신 아버지

북어장국으로 속 풀이하며 아우, 개운하다!

지켜보던 밥상이

일제히 제비세끼마냥 달싹거렸다

 

어머니 손맛 닮은 형수가 장국을 끓이고

아버지 입맛 닮은 식구들이 옹기종기

한 목소리로 아우, 시원하다!*

 

한 해가 개운開運하기 바라는 설날아침,

어머니 두레밥상에 둘러앉은

얘기꽃이 두런두런 홍매처럼 벙글었다.

 

* 개운하다 : 상쾌하고 가볍다, 산뜻하고 시원하다.

  개운開運하다 : 좋은 운수가 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