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겨드랑에 피는 봄

그 서풍 2016. 3. 12. 21:36


남평 지석강에서 촬영



겨드랑에 피는 봄

                                        김성룡

 

삼월, 하고 입가에 올리면

벙긋하게 피어오르는 풍경

두릅나무 흔드는 연두빛 바람이

벽진천碧津川*에 일렁이면

아지랑이 번지는

함지박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토닥토닥 방맹이 소리

깔깔깔 빨래 헹구는 소리

쫙쫙 싱그러운 봄볕을 끼얹는다

삼월이 징검돌을 따라 기지개를 켜면

수런수런 번지는

상큼한 돌미나리 내음

달크무레한 젖 내음

애기염소 포만감에 발랄하게 언덕을 내달린다

모가지를 길게 빼던 물총새가 화들짝 날아오른다

어느덧 겨드랑에 날개가 꼼지락거린다.



*벽진천 : 고향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