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너를 보낸다

그 서풍 2016. 5. 12. 23:23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한창 단장하고 있는 화순 운주사와 원형다층석탑(연화탑)



  너를 보낸다

                                          김성룡

 

  보리대궁 누렇게 흔들리는 

  오월 이쯤에

  제 배꼽에서 튀어나온 상처를 찾아

  먼 길 떠나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리

 

  어느 이팝나무 그늘아래

  파리한 눈빛의 다른 몸뚱이 곁에

  지친 슬픔 부리는 것은 아심찬한* 일이리


  일렁이는 바람 등 떠밀면 

  터벅터벅 발목을 잡는 그리움이 

  건너 마을 불빛 따라 여울지고

 

  산 그늘 한 자락 삼키고 

  붉은 울음 토하는 두견이 소리에

  갈 곳 잃어 두리번거리면 

  

  저 멀리 살풀이 춤사위 같은

  너의 그림자.

  

 

  * 아심찬하다 : 전라도 방언. 미안할 정도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