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듯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 서풍
2013. 11. 15. 05:22
// 두런두런 얘기소리에 발을 멈추고 빠끔히 열린 대문 사이로 들어다 본 가을풍경
아, 그곳에서 가을 햇살보다 더 해맑은 한 가족의 미소를 만나게 될 줄이야...
돌담길을 따라 구불구불 돌아가면
까맣게 잊고 지내던 고향 너랭이의
유년 시절이 성큼 되살아난다.
고샅길을 쓸고 올라 온 속살이 들어난
바람결에 곰삭은 두엄냄새도 친근하다
딱지치고 고무줄 놀이에 빠져있는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 왁자지껄 정겹다
탁, 탁, 도리깨가 허공에서 활개를 치면
톡톡 콩 튀는 소리, 두런두런 얘기소리
컹컹 누렁이 짓는 소리에 붉은 감이
담 너머로 빠끔히 고개를 내어민다
낯익은 어느 사립문 밀고 들어서면
오매, 얘야 어서 오너라!
앞치마에 손 훔치며 엄니의 들뜬 목소리
부엌에서 달려 나오실 것 같다
// 창평 삼지천 마을(슬로우 시티)에서
Dreaming Of Home And Mother
/ Wang Sheng 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