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그대의 11월

그 서풍 2016. 11. 19. 10:59


나주 수목원에서



그대의 11

                                           김성룡

 

저문 단풍과 첫 얼음의 어디쯤

트렌치코트 깃을 세우는 어느 거리에서

동동 걸음으로 마주치는 그대, 

그대가 아니면

겨울로 가는 길목에

하냥 은빛 억새로 서서

손 흔들어 배웅할 수 있을까

서둘러 갈무리하는 이 계절에

방하착放下着*의 연습을

조곤조곤할 수 있을까

그대가 있음으로

날로 야위어 가는 산 그림자에 젖어

내 안의 웃자란 헛가지*들을 

가지치기하는 것 아닌가.

 

* 방하착放下著 : 내려놓아라는 불교 화두

* 헛가지 : 열매 맺지 못하는 가지.

가지치기는 결실과 성장이 끝난 농한기

11월이 적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