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창밖의 여인

그 서풍 2016. 12. 1. 10:33


전주 한옥마을에서 촬영



창밖의 여인

        - 전주 한옥마을에서

                                김성룡

 

어느 생으로부터 맞닥뜨린 인연일까

손에 닿을 듯이 마주한 여인


허공을 섬돌삼아 딛고 올라

은근하게 나래 펼친 어깨선의 처마

용마루 끝의 망와가

열사흘 어여머리*모냥 덩실하

팔 내리며 비스듬히 뻗은 내림마루는  

살짝 말아 올린 외씨버선마냥 

감추고 들어내기를

물 흐르듯 찰랑거리는 저 매무시여


쪽빛 일렁이는 가을 하늘을

용비녀와 칠보화관으로 단장한 여인

햇발인양 도투락댕기에 활옷을 드리우고

다소곳이 내딛는 초록빛 당혜가

노리개 여민 다홍치마 살포시 이끄는데


길 나서는 태조로*가

아슴푸레한 사향에 멈칫 고개 돌리고

부랴사랴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춘다.


* 어여머리 : 조선의 여인들이 예복을 갖출 때

   머리에 올리던 장식용의 큰머리.

* 태조로太祖路 : 전주 한옥마을의 중심거리

 




경기전에서 바라본 전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