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에덴의 동녘

그 서풍 2017. 10. 10. 15:18


중국 구이린(계림) 리강의 두 얼굴, 현지 촬영



에덴의 동녘

                         김성룡

 

서쪽의 나무그늘 달큼한 목소리가

익명의 가면 뒤에 똬리를 틀고 있어

괜찮다 부추긴 말이 솔깃하게 다가선다


벗은 줄도 모르는 풋과일을 흔들어

파헤친 여린 속살 바람의 깊은 상처가

무화과 치마를 엮어 아랫도리 감쌌다


탐스럽고 먹음직한 만찬을 차린 상은

금단의 유혹 앞에 하루 밤 무너지고 

동산은 축제의 장막 속절없이 거두었다


추락의 수렁에서 가죽 옷 갈아입고

새벽빛 피어오른 동녘을 고대하며

고장 난 가속장치에 냉큼 발을 올려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