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순천만 흑두루미

그 서풍 2017. 11. 7. 13:24


순천만 습지에서



순천만 흑두루미

                        김성룡

 

시커멓다 못해

텅 빈 가슴 미어지도록

받아 안는 물결 출렁인다

어느 눈먼 시절 까맣게 지새워야

무량겁의 인연이 스러질 수 있겠느냐

지닌 것 내주고 또 내어주고

앙상한 개펄로 잦아들 때까지

보타지는 어미 앙가슴

거친 숨결에 흰 눈 다소곳이 내리 쌓이면

흑두루미로 나래 펼칠 수 있겠느냐

정녕 날아오를 수 있겠느냐

허옇게 센 머리 쓸어 올리며

달빛 젖은 갈대 그림자 더듬는다


꿈결엔 듯 나지막한

먼 바다 물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