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낙엽, 소리를 품다
그 서풍
2017. 11. 26. 09:42
백암산 백양사 계곡에서 촬영
낙엽, 소리를 품다
김성룡
11월이 오르는 백암산 오솔길에
명인의 가야금*이 부스럭대기 한다
온통 마른 풀 내음을
제 떠나온 자리에 우두커니 세워놓고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시간
곰삭은 한소리에 어깨춤 들썩 들썩이며
추임새를 한숨처럼 곁들인
마당극이 왁자하다
애기단풍 고사리 손과 재롱피던 바람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지난 추억처럼 장단을 맞춘다
한층 우듬지마저 성글어진 숲속으로
길을 나선 가을이 잦아진 굿거리장단에
돌아서며 염화미소*를 짓는다.
* 황병기 가야금 산조 '가을'
* 불가의 용어. 말로 통하지 않고
마음과 마음으로 전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