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듯이

쑥섬의 전설

그 서풍 2017. 12. 10. 13:20


계절도

변태도

잊고

얼레빗 꽂은 

철부지 사랑에

 시간도 멈춰버린 쑥섬.

자주루드베키아와 자벌레



아게라텀, 고흥 쑥섬 12월 2일 촬영



육박나무 옹이, 마치 육남매를 키운 어머니 젖가슴 같다.


쑥섬의 전설

 

그곳에 이르거든 부디 발밑을 조심하자

초입에 비탈진 암반길이 고개 들어 일주문처럼 버티고 있는 곳

어디나 통과의례가 있는 법

뭍의 사연일랑 잠시 접어두고

한마음으로 지극하게 나아갈 것

, 죽어도 죽지 않는 육박나무 앞에서 삼가 경의를 표 할 것

결코 죽을 수 없는 푸른 기개, 삼대에 걸쳐 불쑥 움트리니

여러 전투를 거치며 육박전에는 고수가 된 배달의 후예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낼 것

허리는 휘고 마디마다 옹이는 박혀 볼썽사납지만

육남매를 키워낸 흐벅진 젖가슴, 비록 살갗은 터져 거칠어도

아직 따스한 온기를 지녔으니

이곳을 지나는 자식들이여,

갸륵한 어미 마음 쓰다듬어 다오

어미 가슴에서 싹튼 애솔 거친 암반 틈에서도

굳건하게 뿌리내리는 쑥섬

밤마다 은하수가 내려와 도란도란 물을 쏟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섬.




암반 틈에 뿌리내린 애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