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일그러진 초상 2

그 서풍 2018. 1. 3. 14:31

부안 청자 박물관에서 촬영

 

 

일그러진 초상

                           김성룡

 

한눈에도 잘못 빚은 도자기이다

이마 위에 일그러진 그늘 숨길 수 없어

익숙한 도공은 망치를 날렸을 것이다

 

어미는 먼저 알고 젖가슴을 여몄다

해와 달, 별이 그의 곁을 스쳐가고

연탄가스도 달려오는 트럭도 비껴갔다

 

어디를 가든지 지나침을 못 견디고

벼리고 잘라내기 재주를 앞장 세워

천형을 윗대의 보검인양 휘두르는데

 

함부로 비껴든 창가에 바람은 일어

아닌 밤중에 찾아든 상현上弦을 만났는가

난데없이 풍월주를 하고싶어 안달이다

 

한눈 팔다 살아남은 도자기 하나가

부안 앞바다 은근한 비취빛과 견준다면

장인의 비껴간 손길, 기막힌 실수가 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