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저문 강의 묵화

그 서풍 2018. 1. 16. 10:37



수양버들 그림자 드리운 나주 지석강에서



저문 강의 묵화

                        김성룡

 

마른 강을 물오리 한 쌍이 거슬러 오른다

물이랑이 연달아 꼭짓점을 지으며

새끼들처럼 물갈퀴를 쫒는다

덜미 잡힌 물줄기 뒷걸음치며 흐를 길을 찾는다

낮은 데로 더 낮은 곳으로 흐르는

진양조 장단

어디에 유전인자가 숨어 있느냐

궁금한 목소리 떨어트린다

수면 위로 찬바람 불어와

해오라기 잔물결 일으키며 움츠린다

어스름 녘 눈발을 맞으려고

교자상 차리는 강물에게

다가온 미루나무 그림자 키를 낮춘다

제주 앞바다로 떠난 버들이 생각에

징검돌 슬며시 몸을 낮춰 비껴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