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우럭

그 서풍 2018. 4. 28. 12:31


캐논 베스트 샷에서 인용


우럭

                        김성룡

 

사지를 떨고 있다

우렁우렁 대양을 누비던 지느러미로

도마를 두들기며

전기 먹은 듯 부릅뜬 실금이 맺힌다

고소한 살결을 탐하던 수라상에

대대로 오르던 스펙은 휴지가 된지 오래다

싱싱하게 파도를 가르며

한 생의 방향타를 곧추세우고

바다를 살찌우던 꼬리가 결정타 한 방에 

너울을 일으키며 발버둥 친다

낱낱이 살을 저며 든 통증을 날카롭게 벗어 던진다

미각돌기가 짜릿한 감칠맛과

아가미와 부레, 뼛속까지 다 내어주고

쩝쩝 다시는 입맛 속으로 스며들어

모든 굴레가 해탈한다

그리고 그리던 물결소리를 베고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