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공명
그 서풍
2018. 8. 5. 10:42
담양 소쇄원에서 촬영
공명
김성룡
창가에 빈 병 하나 귀를 세운다
까치 한 쌍 아침 창을 흔들고
다급한 바퀴 씩씩거리며 자동차 고함을 친다
종려나무 늘어진 어깨너머로
수리성의 말매미 한마당 휘모리장단 두들긴다
동네를 들썩 들썩이며 콘크리트 펌프
우람한 근육질의 추임새 곁들인다
두부장수 요령소리에 목이 타는
실외기 벌건 얼굴로 가쁜 숨 몰아쉰다
반세기 만의 갈아치우는 기록적인 폭염이라고
말끔한 앵커의 넥타이가 혀를 내두르는데
위층 화장실은 소낙비같이 거푸 쏟아져 내린다
연일 찜통 열기가 작열하는 창가에
까치발로 서면
하늘바라기하는 농심들의 갈라진 대지처럼
입안이 쩍쩍 타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