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용서앓이 - 솔개를 위하여

그 서풍 2018. 9. 30. 12:05



용서앓이

- 솔개를 위하여

                        김성룡

 

맞은 편에 번히 보이는데

골짜기마저 낚아채지 못하고

먼 길을 에둘러 빙빙 돌고 있다


걸려 미끄러진 허공을 걷어차고

날카롭게 담금질하였다

네가 장벽을 겹겹으로 쌓을 때 성근 깃털

물어뜯으며 무디어진 부리를 닦달하였다


사그라들지 못해 이글거리는 잉걸덩이

너의 곁은 가파른 벼랑 위에서 내리꽂히듯

쏜살같이 달려갈 수 없는 곳일까


둘 사이 간절한 평행을 가로지르고

깃을 접어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는 것


어제 와 내일, 막 다른 양 기슭을

아우르는 마무리 활개 짓은 

오늘의 열린 포옹 밖에 없으니까


구름발치너머 창공을 향하여

눈 뜬 솔개는 헤치고

다시 날아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