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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PO 송년음악회를 다녀와서

그 서풍 2013. 12. 26. 22:41

 

 

                 송년 음악회를 다녀와서

                 “어야,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지 않으려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P샘의 목소리가 상큼하게 유혹적이었다.

                 어느덧 2013년의 끝자락, 무슨 모임이다 송년회다 공연히 마음마저 부산해 지는 때가 아닌가.

 

                 한 도시의 문화 예술적 역량과 성숙도를 판가름하는 기준 가운데 오케스트라의 유무가 중요한 포인트의

                 하나라고 한다. 그만큼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예술의 총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물론 광주에는 시가 후원하는 30년 역사의 시립 교향악단(광주 심포니 오케스트라)이 있긴 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광주 내셔널 필하모닉오케스트라(GNPO)2012년에 창단된 민간 오케스트라로 이번이

                 제5회 정기연주회였다.

                 GNPO의 출범에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내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 금년 송년회는 품위를 좀 업그레이드 해 보자.” 막내와 함께 P샘이 챙겨준 안내장을 보면서 호기심과

                 함께 실체가 너무 궁금했다.

 

                 시작을 알리는 범종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단원들이 무대로 등장했다.

                 입장할 때 울리는 발자국 소리까지 음악처럼 경쾌하게 들렸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튜닝이 시작되었다.

                 처음 보는 광경,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라이브 공연의 위력이란 이런 거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목관악기 '오보에'가 먼저 ''음을 내면 이에 맞추어 다른 금관, 목관악기들이 일제히 그 음을 기준으로

                 튜닝을 한다.
                 이어서 악장(보통 제1바이올린 수석)이 바이올린으로 음을 길게 빼면 모든 현악기들이 그 음에 맞추어

                 튜닝을 하는 것이었다.

                 오보에는 주위환경이 바뀌어도 음정의 변화가 크게 나지 않아 이를 기준으로 튜닝을 하는 게 정석이라고 한다.

                 오케스트라의 뛰어난 앙상블이 실은 서로 음색이 다른 악기들이 무질서하게 쏟아 내는 혼돈 속에서 시작되는

                 것은 신선한 역설이었다.

 

 

 

 

 

                 지휘자 정나라씨의 첫 곡은 프로그램과 다르게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조곡 1번이었다.

                 서곡이 일명 캉캉춤곡으로 알려진 유명한 곡이라 관객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다.

                 모든 예술장르에서 관객은 3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수준 높은 관객은 적어도 곡의 흐름을 알아야 이해의 폭이 넓고 어느 대목에서 박수를 쳐야하는지 분간하기

                 때문이다.

 

                 앙코르 곡으로 요한 시트라우스의 유명한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되었다.

                 이 곡은 비엔나 필의 신년음악회 단골 오프닝 곡으로 연주에 맞춰 관객이 모두 일어나 흥겹게 박수를 치는데

                 포인트가 따로 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관객을 향한 지휘자의 친절한 멘트가 있었다면... 아쉬웠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마치 지휘자의 원맨쇼 같다.

                 갖가지 손짓, 풍부한 동작 등 온몸을 역동적으로 펼쳐가며 지휘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50~90여명의 단원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몸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엮어내는 하모니는 말초신경까지

                 전율케 하는 감동 그 자체였다.

                 광주 S백화점에서 후원을 한 모양이었다. 고객들을 위해 신세계 교향곡 제1악장을 연주한 다음 지휘자가 아직

                 호흡이 고르지 않은 상태에서 헉헉거리며 다음 곡을 설명할 때는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L.앤더슨의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은 귀에 익고 흥겨운 곡이라 함께 손뼉을 치며 한껏 시즌의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기다란 막대기를 사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악기들이 내는 소리가 골고루 잘 섞이라고

                  휘젓는 것이라나. ㅋㅋㅋ

                  장수직업으로 지휘자가 첫 손가락에 드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은가.

 

                  그동안 습관적으로 시디를 켜고 즐겨 왔지만 이번 음악회 참석으로 클래식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넓히는

                  구체적인 계기가 되었다.

                  성대한 크리스마스 축제에 초대하여준 P샘에게 고마움을 덧붙인다.

                  갑자기 부자가 된 듯한 이 느낌, 다음에 커피 한 잔 사리다. ^)^          

 


Carmen Overture(서곡)  /  Andre Ri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