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창에서 포착한 오늘의 석양
오늘은 진종일 흐려 겨울철 특유의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마음까지 움츠러 드는 하루였어요.
아파트라는 게 현관문을 나서지 않으면 세상과 단절이 되고 마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공간같은 착각을 종종 갖곤 합니다.
요즘 아파트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현기증나게 솟아오르는 걸 보면
본능적으로 사람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저녁나절 무심코 베란다 창을 통해 바깥 세상을 내다 보다가
바야흐로 인근 건물 옥상 위로 붉은 해가 지고 있지 않겠습니까?
서둘러 렌즈를 결합하고 창문을 열어 촬영을 했지요.
집에서도 일몰 사진을 담을 수 있다니...
믿기지 않은 첫 경험에 작은 기쁨을 얻습니다.
일정을 마친 동천의 햇수레가 서녁하늘로 지는 풍경은
언제 어느 곳에서 보아도 감동 그 자체입니다.
삭막하기만 한 콘크리트 숲으로 내리는 석양은
메마른 가슴을 적시는 한줄기 샘물같은 경이입니다.
오늘따라 수줍은 듯 새악씨 볼처럼 붉게 잘 익었어요.
회색빛 구름 사이로 얼굴을 감출 때까지 넋을 놓습니다.
그대여, 이 밤도 강녕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