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비색 / 고려 청자
상감청자 / 그릇 표면에 선이나 면으로 홈을 파고 그 홈에 다른 색상의 흙(하얀 흙, 붉은 흙)을
메우는 방법으로 무늬를 새긴 청자
상감기법은 고려도공의 발상에서 비롯된 독창품으로 그 천재성은 청자의 본토인 중국 송나라에서도
고려비색이라 하여 명성을 떨쳤다.
비색청자 / 음각, 양각, 투각, 상형 등의 방식으로 무늬를 넣지만 안료를 사용하지 않은 청자
철화청자 : 유약을 입히기 전에 철분이 많이 함유된 안료를 사용하여
붓으로 표면에 그림을 그린 다음 유약을 발라 구워낸 청자.
// 부안 청자 박물관에서 촬영
과연 박물관은 살아 있었다.
마침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자 인적이 끊어져 호젓한 청자 명품 전시관을 둘러보며 순간 천 년 전의 고려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 들었다.
은은한 조명아래 영롱하게 옥빛을 뿜어내는 고려청자, 눈높이를 맞추고 숨소리까지 낮추며 한동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굳이 청자(靑瓷)라고 부르지만 꼭 집어 단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하고 오묘한 빛깔을 머금었다.
바라볼수록 거부할 수 없이 마음을 잡아끄는 은근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 그곳에 비 개인 뒤의 청명한 고향 하늘이,
어린 날 물장구치며 미역을 감던 극락강의 물빛이,
너랭이 들녘 보리밭을 훑고 지나는 바람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꽃피는 봄의 향기와 여름 숲의 정갈함과
고즈넉한 가을의 여유, 텅 빈 겨울의 여백이 고스라니 담겨 있었다.
갖가지 생활 도구에 자연을 끌어들이고 사계를 덧씌워 일상의 아름다움과 멋으로 승화시킨 고려청자,
범접할 수 없는 단아하고 세련된 빛깔과 곡선미, 조상님들의 빼어난 예술혼에 눈이 부셨다.
깨어진 조각을 덧붙여 놓은 ‘풀꽃무늬 매병’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를 흙으로 빚었구나 가늠할 수 있었다.
주거공간 안에서 무시로 청자 기구를 사용하며 영위하는 삶은 얼마나 여유롭고 풍요로울 것인가.
오늘날 기술 만능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과연 천 년 전 조상들의 일상의 풍요를 능가할 수 있다고 단정지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