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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회산 백련지 재구성

그 서풍 2014. 7. 29. 21:54

 

 

 

 

 

 

   

    마침 그날 인근 덕애 마을의 정수동 어른은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어느덧 해는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기울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눈부신 노을빛을 헤치며 한 무리의 까만 점들이 나타나 점점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눈앞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기 시작 

    하였다.

    “, 학 이구나!” 우아한 춤사위, 절제된 날개 짓으로 한 차례 호수를 선회한 뒤 사뿐히 수면 위로 내려앉는 것이었다.

    하나 둘 셋... 열두 마리의 학이 순백의 날개를 접고 우뚝 서는가 싶더니 순간 눈부신 백련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아아...!” 어른은 탄성을 지르다가 그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다리 쉼을 하려고 정자에 앉았다가 깜박 선잠에 빠진 것이었다.

 

    너무나 생생한 꿈, 어른은 점점 금빛을 띄는 호수를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전날 궁핍한 살림에 몇 끼니라도 때울 수 있을까하고 읍내 장에서 사온 연근에 생각이 미쳤다.

    “내 두어 뿌리 더 드릴께!” 해서 망설이다 들고 온 연근 열두 뿌리였다.

 

    때는 전후 1955년 혹심한 보리고개 시절이었다.

    “당장 절실한 가족의 식탁, 하지만 이를 땅에 묻는다면...”

    어느덧 정수동 어른의 가슴엔 꿈속의 백련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수지 가장자리 습지에 연근을 곱게 묻었다.

 

    이제 두어 해 지나면 회산 백련지가 회갑을 맞이한다.

    한 어른의 열린 사고와 결단이 둘레길 3km, 10만 평의 호수를 동양 최대의 백련지로 만들었다. 

 


                                                                     

                                                    여름비 / Gheorghe Zamf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