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나의 꽉 막힌 사고와 안목에 숨통을 열어준 2012년 2월 3박5일 여정,
지금도 이렇게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조개는 입이 무겁네
/ 마경덕
조개는 나이를 등에 붙이고 다니네.
등딱지에 너울너울 물이랑이 앉아
한 겹 두 겹 주름이 되었네.
끊임없는 파도가 조개를 키웠네.
저 조개 무릎이 닳도록 뻘밭을 기었네.
어딜 가나 진창이네
평생 몸 안에 갇혀 짜디 짠 눈물을 삼켰네.
조개는 함부로 입을 열지 않네.
조개장수 아줌마 쪼그려 앉아 조개를 까네.
날카로운 칼날이 앙다문 입을 여는 순간
찍, 조개가 마지막 눈물을 쏟네.
“지랄한다. 이놈아가 오줌발도 세네.”
조개 까는 아줌마 쓱, 손등으로 얼굴을 닦네.
조개껍질 수북하네.
Imagine / Giovanni Marr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