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부터 새처럼 날고 싶은 욕망을 지니게 되었을까.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된 대만의 국가공원 타이루거(太魯閣 TAROKO) 협곡에 들어서면
이런 원초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
해발 300~450미터의 거대한 산맥의 정수리를 수직으로 쪼개어 양쪽으로 밀쳐놓은 것 같은
층암절벽을 마주하며 문득 한 마리 제비처럼 날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그리하여 암벽 여기저기 뚫린 연자구에 깃을 치고
울창한 원시림 그늘에서 자유롭게 유유자적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천혜의 절경이 빚어지기까지
어느 하세월동안 햇빛은 부서지고 폭우는 쏟아지고 바람은 또 휘몰아쳤을까.
올려다보면 까마득하고 내려다보면 다리에 절로 힘이 빠지며 아득해진다.
깎아 세운 듯 천길 협곡 앞에서 사람은 한낱 자그마한 점에 불과하다는 무력감을 지울 수가 없다.
연자구에 들어서면 마주 선 협곡의 폭이 불과 16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파른 암벽 틈으로 도로가 외줄타기를 하듯 이어지고
가로막히면 굼벵이처럼 터널을 통하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연장 19km를 내달려야 한다.
그 밑 아득한 계곡으로 대리석이 함유된 옥빛을 띤 물이 줄기를 이루며 유려하게 흐른다.
우리들은 옌즈코우(燕子口)에서 주취동(九曲洞)까지의 구간을 안전모를 쓰고
약 한 시간 동안 걸으며 비경을 감상하게 되었는데 이곳이 바로 협곡 관광의 절정인 셈이다.
타이루거라는 이름은 원주민 아미족의 용감한 추장 ‘타로코’에서 유래하였으며,
천연 생태계 보존이 잘 되어있어 국제적으로 손꼽히는 공원이라고 한다.
세계7대비경 가운데 하나인 협곡의 정상에 올라 굽어보는 풍광은 또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한 이삼 일 여장을 풀고 민박을 하며 협곡을 휘감는 바람소리에 젖어
깊은 밤 쏟아지는 별빛을 헤아린다면 영겁의 세월 한자락이라도 더듬을 수 있겠는가...
// 협곡의 수호신 타로코(TAROKO) 추장 바위
오늘도 깊은 눈망울로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