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관람 설명서
김 성 룡
연극을 보려거든
가운데 자리에서 옆으로
비껴난 맨 앞자리에 앉으세요
막이 오르면
환호성을 곁들여
가슴과 팔을 활짝 펼치고
광신도처럼 리액션을 해 보세요
혹시 아세요
그대 품 안으로
주연 배우가 팔짝 뛰어 안길는지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우리의 삶이 워낙 연극 같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지라도
너무 호들갑 떨지 마세요
그건 그냥 연기이니까
극적 효과를 위한 연출이니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렇게 황홀하고 기막힌 일이
거짓말같이 일어날 수 있기에
우리네 삶은 살만한 것이니까
연극을 보려거든
가운데 자리에서
조금은 옆으로 비껴 앉은
맨 앞자리를 기억하세요.
Note : 대구의 중견 극단 ‘한울림’의 <변태 : 꽃은 지다>를
2015 광주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 여섯 번째 작품으로
7월10일 20시 충장동 씨어터 연바람에서 관람했습니다.
주제가 와 닿았습니다
"언젠가 세상은 연극이 될 것이다!"
바로 눈 앞에서 열연하는 배우들의 표정과 동작, 숨소리까지도
매혹적인 소극장, 그 매력을 쫓아 종종 연극을 찾아 다닙니다.
그런데 그날밤 실제로 연극과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면 믿으시겠어요?
쉿, 이건 비밀입니다.
함께 그날 '변태'를 감상한 관객들과
출연 배우들만이 알고 있으니까요.
위에 제시한 '연극 관람 설명서'를 참고하시고
소극장 찾아
열렬히 광신도같이 리액션을 해 보세요.
그럼 행운을 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