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운사 계곡 도솔천에서
다시 구월에
김성룡
처서가 지나고 며칠 비 뿌리더니
연일 상한가를 바꿔 쓰며 기운 떨치던
무더위가 차츰 꼬리를 사리고
치솟는 갈증을 나발 불듯 소주로
풀던 벗이 자지러드는 말매미의 배웅을
받으며 홀연히 떠나갔다
배롱꽃 저리 한 생애를 붉은 숨결로 토하고
꿀벌은 그늘을 잠시라도 잉잉거리는데
친구 떠난 길 위로 찾아온 구월,
눈물 끝에 추르른 네 번의 사랑이야기를
차마 귓전으로 흘려들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계절은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