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다시 구월에

그 서풍 2015. 8. 26. 16:19

 

/ 선운사 계곡 도솔천에서

 

 

다시 구월에

                          김성룡

 

처서가 지나고 며칠 비 뿌리더니

연일 상한가를 바꿔 쓰며 기운 떨치던

무더위가 차츰 꼬리를 사리고

 

치솟는 갈증을 나발 불듯 소주로

풀던 벗이 자지러드는 말매미의 배웅을

받으며 홀연히 떠나갔다

 

배롱꽃 저리 한 생애를 붉은 숨결로 토하고

꿀벌은 그늘을 잠시라도 잉잉거리는데

 

친구 떠난 길 위로 찾아온 구월,

눈물 끝에 추르른 네 번의 사랑이야기를

차마 귓전으로 흘려들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계절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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