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 김인후의 소쇄원 48영 한시창 시연
제43영 滴雨芭蕉 빗방울 떨어지는 파초
錯落投銀箭 (착락투은전) 빗방울 어지러이 은화살 날리듯
低昻舞翠綃 (저앙무취초) 푸른 비단 넘실거리며 춤을 추네
不比思鄕廳 (불비사향청) 비록 고향집을 생각할 바 못되나
還憐破寂寥 (환련파적요) 오히려 적요함이 가련키만 하여라.
파초는 본래 고향을 떠나온 식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상을 담고 있다.
자연의 소리를 즐기기 위하여 심은 파초이기에 적막을 깨는 것도 밉지 않다.
비를 은화살로, 파초잎의 흔들림을 푸른 비단 춤으로 비유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원림으로 꼽히는 담양 소쇄원은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자연히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드나들면서 풍류를 즐겼다.
이곳은 소쇄공 양산보(1503∼1557)가 짓기 시작해 3대에 걸쳐 완성한 원림으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을 만큼 시적 정취가 넘친다.
양산보의 사돈이었던 하서 김인후(1510∼1560)는 소쇄원의 48경의 풍치를 읊었던 당대의 대가다.
‘소쇄원 48영’은 조선조 최고 연작 서경시로 평가받는다.
소쇄원 48영 한시창을 시연하는 행사가 현장에서 열렸다.
전남대학교 지역연구센터(센터장 나경수 국어교육과 교수)는 10월 17일과 24일 소쇄원에서 일련의 상황을 재현하는 행사를 가졌다.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재현은 연구단 전공자 (김대현, 이용식, 윤혜진, 김덕진, 이옥희 교수) 들의 고증을 거쳐 실시되는 것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서예가 청담 민영순이 현장에서 직접 시를 쓰고, 남경 김영순은 낭송을 했다. 또한 정인봉, 정마리 등 전공 가창자들이 시창 재현을 했다.
나경수 교수는 “2012년 완도 세연정에서 재현했던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처럼, 전통이 잔존 문화가 아니라 재생 문화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전통문화의 전승을 통해 선조들이 즐겼던 문화를 현대인들이 누릴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리길(서편제ost) / 김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