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날다
발꿈치 살포시 숨소리까지 삼키며
괭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다가가면
한 순간에“나잡아 봐라!”
나뭇가지 끝을 실바람처럼 맴돌며
유유히 날아오르던 고추잠자리
마른침 삼키며 꽁무니를 쫒다보면
현기증 나게 다가서던 쪽빛 가을하늘
찌는 듯 한 무더위 한 풀 꺾이고
목덜미 스치는 바람결이 청량해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무리지어 유영을 한다
오늘도 소소(昭昭)한 기억 한 모퉁이
예닐곱 너랭이 쪽 빛 하늘 저 편에
햇살에 붉게 익은 고추잠자리
현란하게 가을 빛 수를 놓으며
무리지어 선연하게 날아오른다.
Autumn Slumber - Fariborz Lachini
* 너랭이 : 고향마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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