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가 눈에 번뜩 들어오는 것은 사이가 좋아서다. 이미지, 관련 사이트에서 인용.
꿈꾸는 태풍
김성룡
미세먼지 공습으로 움츠린 겨울철
어디서 코를 저미는 비린내
이곳에 한려수도가 웅숭크린다
쪽빛 비단 한 자락 잘라다가 고삐 맨 수족관에
멍에 쓴 바다가 배를 뒤집고 마구 허연 거품을 쏟는다
참돔 우럭 도다리 상어가
사주경계를 무너뜨리고 뒤엉켜 버둥질이다
사이에 알맞음이 사라지면 비명을 지르는 공간,
콩나물시루 지하철을
음침한 손들이 비집고 들어오며
人間의 존엄을 짐짝과 함께 싣고 달린다
가로수와 고궁이 눈에 번뜩 자리하고
한편으로 너른 바다가 그리워지는 것은
너와 나의 사이가 좋아서다
천체가 탈없이 제자리를 운행하는 것은
저들에게 활발발한 공간이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곁을 내주지 못해 평형을 잃은 부레들이
한 곳으로 시위를 당기고
뜨거운 숨결 토해내며 외친다
태풍아 어서 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