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LPS의 명물 메타세콰이어와 잔디축구장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님의 ‘낙화’라는 시의 첫 구절입니다.
굳이 이 시구를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의 삶에는 분명한 때가 있습니다.
아쉽고 서운하지만 이제 가야할 때가 되었습니다.
고향 가까이 있는 신설회사에 입사하게 되어 기뻐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ALPS 사원으로
근무한지 23년이 흘렀습니다.
입사할 무렵에 불과 저의 키 높이만 하던 메타세콰이어가 회사의 건물 높이만큼 훌쩍 자란 것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많은 세월이 흘러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큰 과오 없이 이렇게 정년퇴임하게 된 것은 사우 여러분들의 도움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사우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부족한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분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너그러운 용서를 청합니다.
1988년 당시 서울 올림픽이 있었던 그해 9월에 입사를 했으니, 이곳 ALPS에서 제 생의 황금 같은 시기를
보냈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보면 친구가 된 여우가 “너의 별에 핀 장미꽃이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많은 시간 정성을 들였기 때문이란다.” 라고 충고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돌아보니 저와 제 가정을 소중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 행복이란 장미꽃을 피워낼 수 있었던 것은,
이곳 ALPS에서 보낸 지나간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요즈음 새삼 제가 입고 있는 근무복과 신고 있는 신발까지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존경하는 사우 여러분,
직장은 가정과 더불어 우리의 꿈을 키워가는 소중한 삶의 보금자리입니다.
무엇보다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과, 함께 수고하는 동료들을 사랑하십시오.
바쁜 일과일수록 여유를 가지세요. 그리고 힘이 들수록 얼굴에 환한 웃음을 간직하세요.
제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혹시 고심하고 있는 동료가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위로하고 격려해 주세요.
사람이야 말로 기업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가치이며 자원이기에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더불어 함께 하는
팀웍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무한한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당사 사장실에는 ‘일업십년(一業十年)’이라는 휘호가 걸려 있습니다.
'10'이라는 숫자 안에는 단순하게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뜻도 있지만 더 나아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라는 보다 중요한 기업이념을 담고 있습니다.
창립 23주년을 맞아 중견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ALPS가 일업 50년, 100년을 향해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끊임없는 노력과 힘찬 도약을 지속하시기를 희망합니다.
저도 한 사람의 ALPS 가족으로 지켜보며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들이 베풀어 주신 동료애를 깊이 새기며 저에게 주어진 새로운 일상을 찾아 나섭니다.
봄이면 화단을 곱게 장식하던 갖가지 철쭉과, 청량한 매미소리를 벗 삼아 더위를 쫒곤 하던 파고라의
시원한 등나무 그늘이 종종 그리워질 것입니다.
다음에 시내에서 만나게 되거든 하남 산단 5번로, ‘OOALPS의 추억’을 안주삼아 웰빙 막걸리 한 잔
거나하게 나눕시다.
사우 여러분과 여러분들의 가정에 항상 건강한 웃음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