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무등을 오르며 2

그 서풍 2016. 2. 1. 14:15





무등을 오르며 2

                                       김성룡

 

잘 불린 떡쌀 눈이 옹골지게 쌓인 날

눈은 벌써 스틱을 잡고 장불재를 오른다

내 딛을 때마다 발밑에서 떡쌀 눈

다지는 소리가 뿌듯 뿌듯하다

 

대한大寒서석산*에 떡쌀 눈이 내리면

올 농사는 볼 것도 없이 풍년이라지?

얼씨구! 근본도 모르는 문자놀음에

추임새가 설설 추위를 내어쫒는다

 

산장을 나서 두어 시간 얼음폭포 지나며

순백의 환영 앞에서 굴풋한 어질머리 도진다

영하 십이도의 설원에서 탐하는 어묵국,

개미진 맛이란 얼얼한 바람만큼 돌연하다

 

허리춤 풀고 하얀 칠판 위에 휘갈기는

샛노란 분필 자국, 암호 문자 같은

산스크리트어*가 숭숭 내리 박힌다

이것은 순리우리말로 풀면 이렇다

 

진저리치며 주섬주섬 일을 마치고

영역표시하듯 숭숭 구멍 난 눈밭을 덮는다  

시한의 북새통에 설설雪雪 눈 쓸리는 소리

오늘, 천년 무등의 전설이 되자꾸나.

    


*서석산瑞石山 : 무등산의 옛 이름

*산스크리트어 : 범어, 인도의 고전어.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의 경전을 기록한 언어이다     




/ 무등산장에서 군도로를 따라 오르면 만나게 되는 설경

눈이 많이 쌓인 날은 이 길을 이용하여 장불재와 입석대, 서석대를 등정할 수 있다.

마주보이는 봉우리가 정상(해발 1,187미터)인 천왕봉이다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고산 자락에 인구100만이 넘는 대도시를

안고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무등산과 광주가 유일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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