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나비 밥 주는 여인

그 서풍 2017. 2. 11. 11:20

 

수유하는 관세음보살, 무등산 원효사에서 촬영

 

나비 밥 주는 여인

                         김성룡

 

그것은 후미진 골짜기를 살펴

두루 보듬어 안는

*천수천안의 너른 품이다

 

함박눈이 문안드리고 간 아침에

아파트 쓰레기장 모퉁이에서

한 여인이 응달을 손짓하여 부른다

 

엉클어진 털뭉치 같은 고양이가

앞발 모두고 허리 쫙 기지개를 켜며

콧소리로 함빡 응답을 한다

 

생태계를 아우르는 한 끼 식사

절실하고 그지없는 접시에

관세음의 미소 광배처럼 두른다.

 

* 千手千眼 :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으로 뭇 생명의 괴로움을

 살피고 구제하는 관세음보살의 자비행을 뜻한다

 

 

 

 

 

 

 

 

'시작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양의 발림1  (0) 2017.02.16
봄의 팡파르  (0) 2017.02.15
B612를 향하여  (0) 2017.01.29
겨울 무지개  (0) 2017.01.25
휘파람 부는 샘  (0) 2017.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