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시인의 길

그 서풍 2017. 4. 13. 20:23


강진 시문학 기념관에서


시인의 길

                       김성룡


오로지 칠십 여 평생을 

성큼 한 길 되어 걸어온 당신

발 동동 구르는 짱짱한 수리성이

4월 중순의 밤 

도톨도톨 소름 돋운다

옹이가 늘어 갈수록

솔방울 더 많이 품는

한 그루 청정한 소나무처럼

늘 푸른 외길을 

당당하게 참 철없이

사람의 길 보듬어 살피는 이여

숨결 잔치 무르익은

솔머리 울안을 열엿새 달이 

까치발하고 올려다본다.

 

- 솔머리 용아 생가에서 광산문화원 주관

김준태 시인의 '숨결' 인문학 강의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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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김준태


어디로

가야 길이 보일까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어디에서 출렁이고 있을까


더러는 사람 속에서 길을 잃고

더러는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가


사람이 저마다 달고 다니는 몸이

이윽고 길임을 알고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기쁨이여


오, 그렇구나 그렇구나

도시 변두리 밭고랑 그 끝에서

눈물 맺혀 반짝이는 눈동자여


흙과 서로의 몸속에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바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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