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의 국제적인 대가 이우환 화백의 점, 선, 면, 바람 그리고 여백
점 하나의 심미학
김성룡
마릴린 먼로는 입술 옆 깨알 같은 점 하나로 세기적 섹시미의 아이콘이 되었지.
물론 166센티미터의 키에 바비 인형 같은 매무시가 한 몫 단단히 했겠지만
미백을 추구하는 요즈음에 점 하나가 뷰티 포인트가 되는 걸 보면
한 여성으로 닮고 싶은 충동이 어떠했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어머니 시집오실 때 베갯모에 붉은 실로 철석같이 새긴 百年언약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오늘날에도 “일백삼십칠억년전”의 우주는
누구나 한 호흡에 부를 수 있는 이웃집 애 이름은 결코 아니지.
그 까마득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 한 처음의 점 하나!를
하정웅 미술관에 전시된 이우환 화백의 작품에서 맞닥뜨리게 될 줄이야.
단언 하건데 그는 태초의 점 도적이었어.
외롭고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웠을 점 하나 업어와 손지갑처럼
가슴에 품어 부풀리고 팽창시켜 우주적 BIG BANG을 일으켰으니 말이네.
어릴 적 그의 이웃에 뻥튀기 아저씨가 살고 있었을까?
입가에 맴도는 달콤한 추억을 불러내어 지구촌에 잭팟을 터트린 것을 보면.
저 작품들이 수십 억원에 거래된다고 하니 이야말로 빅뱅이야
그렇다고 자네, 너무 버겁게 애면글면하지 말게나.
광활한 우주의 시작이 이 작은 먼지 한 톨에서 발아된 것은 놀라운 일이지.
그렇다면이야 이왕 마실 다니러 왔으니 말일세
어딘가에 있을, 언젠가는 마무리할 ‘나만의 점 하나’ 반드시 찍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다른 곳도 아닌 이 초록별을 찾아온 축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구.
하나의 점으로부터..하나의 선으로 부터...'조응'
시각예술이 이제껏 봉사해온 인간중심의 재현이나 표상작용으로 부터
벗어나 최소한의 예술적개입으로 현실과 관념사이를 중재하면서
사물에 대한 미적관조와 여백의 세계를 보여주려한다...이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