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여윈 가을강

그 서풍 2017. 11. 21. 22:19


물푸레나무 그늘진 남평 지석강에서 촬영


여윈 가을강

                       김성룡

 

하늬바람일어 자줏빛구름 스러지고

이내 불덩어리 삼킨다

지친 뙤약볕으로 겨운 잎잎 떨구는

물푸레나무 그늘 아래

흰물떼새 떠나버린 둔치가 서성거린다

골 깊은 그림자 드리운 창가에

속앓이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나날을 여울지는 물줄기 제풀에 여위어 간다

그날 너는 마른 강에 벼락 치듯

징검돌 건너 먼 길 떠나고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 일어

고개 숙인 물굽이 된 파랑 치며 달겨든다

휩쓸리다 못해 부릅뜬 소용돌이에

무릎을 푹푹 꺾으며

오체투지로 가을 강은 흐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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