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씨엠립 재래시장을 접수하다. ^)^

그 서풍 2014. 2. 22. 18:53

 

 

 

 

 

 

 

 

 

 

 

 

 

 

 

         한 나라가 안고 있는 진솔한 삶의 현장을 찾고 싶다면 무엇보다 재래시장 투어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에는 어디서나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진열해 놓은 물건만큼이나 즐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굳이 설명이나 사족이 필요치 않은 곳이다.

         캄보디아의 고도 씨엠립의 재래시장을 가이드도 없이 친구 D군과 함께 둘러보면서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진열되어 있는 상품을 보면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금방 답이 나오지 않겠는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를 따라 들어간 시장골목은 어둑하고 퀴퀴한 냄새에 새벽안개가 끼인 것처럼 뿌옇게 다가왔다.

         차츰 익숙해진 시야에 들어온 시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나섰던 송정리 오일장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필요한 물건을 앞에 놓고 주인과 손님이 서로 밀,당을 하며 흥정을 벌이는 모습, 사고 나면 덤으로 더 올려주는 인정이

         어디 언어와 피부색깔에 따라 다르겠는가?

         굳이 인테리어니 마케팅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꾸밈이 없는 원색의 언어들이 제철을 만난 듯이 활개를 치는 곳,

         이것이 곧 사람사는 풍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침에 똔레삽에서 건져 온 듯한 우리의 가물치나 메기 등을 파는 어물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렇게 야멸차게 머리를 제거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는 어두육미인데... 또순이 아줌마 내리치는 칼날이 섬뜩해 그만

         셔터를 누르고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상큼한 미소가 매력적인 저 청년, 혹시 새신랑? 아리따운 신부를 위해 시장보는 모습이 여간 곱지 않다.

         카메라를 들이밀자 부끄러워 하던 어린 소녀가 엄마 품에 안기자 세 손가락을 펴고 활짝 미소 짓는다.

         기념 손수건이라도 몇장 사 올 걸. 지금 생각하니 괜히 미안해 진다. 

         과일전, 채소전, 푸줏간, 신발가게, 국밥집, 골동품상, 옷가게, 미용품점, 금은방에 네일아트까지 서로 통로를 달리하지

         만 옹기종기 어깨를 나란히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모습이 우리의 이웃처럼 정겨웁다.

 

         고상하게 문화라고 포장을 하지만 실은 그 시발점은 먹거리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에게 먹거리는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생존을 위한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필수 요소이다.

 

         장을 보고 나면 아버지는 졸랑졸랑 따라 다니는 나에게 따끈한 국물이 넘치는 국수나 국밥을 한 그릇 사 주시곤 하였다.

         구수한 멸치 국물 맛에 이끌려 코를 박고 게눈 감추 듯이 먹어치우던 그림이 어제 일처럼 떠 오른다.

         바로 이 맛에 매료되어 이십 여리 길을 씩씩하게 잘도 걸어오지 않았던가 말이다. 

 

         “아짐, 여기 국물 더!”

         인심이 후덕하게 생긴 시장통 아줌마가 말아주는 푸짐하고 걸죽한 국밥(?) 한 그릇 먹지 못하고 그냥 나온 게 여간 서운

         한게 아니다.

         말아올린 금발머리가 매력적인 저 아가씨가 파는 속살이 붉게 익은 망고라도 몇개 사가지고 올 걸. ^)^

   

lKetelbey, 페르시아의 시장에서 Album Track
 
 

 

 

 

 

// 거 사진만 내리 찍지말고 한 그릇 잡숴봐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