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빛은 낮은 곳으로 임한다

그 서풍 2016. 1. 16. 22:52


아산 현충사에서 촬영 


 

    빛은 낮은 곳으로 임한다

                                       김성룡

 

    그날 2165호실에서 겨울 숲의 음기가

    시퍼렇게 쏟아져 나왔다

    우듬지에 눈발을 뒤집어 쓴 나무들이

    가지가 꺾인 채 나뒹굴고 있다

 

    입구에 눈부신 견장의 문지기가

    쓰러져있어 한쪽으로 부축하였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돌아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키 큰 생수병


    겨울 숲을 흔드는 거친 신음소리에

    깃을 치며 잠 못 드는 산비둘기

    쓰러진 설해목이 다투어 그렁거린다

 

    두런거리던 수목 드라마도 잠든 병실

    어두움을 밝히는 한 줄기 빛,

    그것은 미닫이 틈을 비집고 누워

    불침번을 서고 있는 생수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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