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현충사에서 촬영
빛은 낮은 곳으로 임한다
김성룡
그날 21동 65호실에서 겨울 숲의 음기가
시퍼렇게 쏟아져 나왔다
우듬지에 눈발을 뒤집어 쓴 나무들이
가지가 꺾인 채 나뒹굴고 있다
입구에 눈부신 견장의 문지기가
쓰러져있어 한쪽으로 부축하였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돌아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키 큰 생수병
겨울 숲을 흔드는 거친 신음소리에
깃을 치며 잠 못 드는 산비둘기
쓰러진 설해목이 다투어 그렁거린다
두런거리던 수목 드라마도 잠든 병실
어두움을 밝히는 한 줄기 빛,
그것은 미닫이 틈을 비집고 누워
불침번을 서고 있는 생수병이었다
'시작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암서원을 가다 (0) | 2016.01.19 |
---|---|
집 나간 기억을 찾아라 (0) | 2016.01.19 |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 (0) | 2016.01.11 |
단장의 여행 (0) | 2016.01.05 |
무등을 오르며 1 (0) | 2015.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