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일그러진 초상

그 서풍 2016. 3. 20. 20:22

 

부안 청자박물관에서 촬영

 

 

     일그러진 초상

                                     김성룡

 

     아무래도 잘못 빚은 옹기이다

     한눈에도 한쪽으로 일그러져 있어

     익숙한 도공이 보았다면

     단숨에 망치를 날렸을 것이다

 

     어미는 일찍 젖가슴을 여미었다

     밤하늘의 달과 별은 곁을 스쳐가고

     연탄까스도, 돌진하는 트럭도 비켜갔다

      

     손길이 머무는 곳마다 부서지고

     비틀고 넘어지는 재주만을 믿고

     천형天刑을 전가의 보도인양 휘두르며

     촐싹거리는 게 요즘 볼썽사납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분수가 있지

     이즈막에 풍월을 읊는다고 안달이다

     도대체 무슨 바람 불어온 것인가

     

     아름드리 살구꽃은 저리 속불 지피는데

     보리내음 번지는 푸름한 너랭이* 들녘에

     .... 자박자박 봄비 내린다.

 

     * 너랭이 : 고향 마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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