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떨어지다

가을 본색, 억새. 극락강에서 촬영

가을, 떨어지다

                                   김성룡

 

허공 한 자락 앙다물고 있는

빨래집게

꽃무늬 팬티와 구멍난 양말

멀뚱한 바람 한자락 친구親口하던 입술에

시월 하늘이 샛말갛다

코발트빛 보타이,

물방울 맺힌 연미복을 탐하는

오늘 아침

가슴 붉힌 잠자리 찾아와

귀엣말 속닥이다 떠난 자리에

그만 간당간당하던 가을이

꼬옥, 떨어진다

억새가 은빛 머릴 풀어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