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송시

떠나가는 배 / 용아 박용철

그 서풍 2017. 10. 6. 12:29


외투를 벗고 산책 나온 용아,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 용아 생가에서



떠나가는 배

           용아 박용철 (1904~1938)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 짓는다

앞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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