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극락 가는 길 : 등단 시

그 서풍 2018. 6. 18. 17:01

  

극락 가는 길

                                김성룡

 

겨울 강을 오리 한 쌍이 거슬러 오른다

물갈퀴에 덜미 잡힌 물굽이 지는데

나지막하게 내딛는 진양조장단,

엄두 잃고 주저앉은 등을 다독인다

어느 상처 입은 넋두리가 풀어놓은 사설이냐

구절구절 흐르지 못해 뒤척인다.

  

갈대 깃을 치는 철새들의 활갯짓에

찬가는 시끌하게 벅적이는데

해오라기 장구채 다리 들어 퉁탕거린다

미루나무 성큼 추임새를 곁들이며

왁자하게 어우러지는 마당놀이,

흥이 난 어깨춤들이 들썩이고 일어나

물꼬를 트며 검푸르게 굽이진다.

  

제주 앞 바다를 찾아간 버들이 생각에

징검돌 넌지시 한걸음 비껴 선다

눈뜨면 수면보다 한 뼘 위를 꿈꾼다

드러낼 수 없어 팔매질을 당한 아픔은 쌓여 

물빛을 더욱 멍들게 하였으리라

기별 없는 네 발자국소리 고대하며

애오라지 까치발을 할 것이다


삭정이 같은 아린 기억을 떨치고

매무새를 다시 추스르는 강*

남은 장단 그러모아 극락까지 가려고 한다

낮은 데로 숨을 고르며

더없는 세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이 길.


* 극락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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