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달빛에 새기다

그 서풍 2018. 9. 7. 15:13


  담쟁이에게 새긴 악보,  양림동에서 촬영

 


달빛에 새기다

                     김성룡

 

얼굴 가득 빛의 세례다

두 세평 나의 사방이 융단에 부시다

남서쪽 베란다 창을 지나

침실 창으로 대각선을 그으며

삼십팔만 키로미터를 달려온 오롯한 은혜,

그늘진 눈빛이 올려다보는 바람을  

모르쇠 비껴갈 수 있겠는가

어제 밤을 마구 헤집어 놓은 솔릭에도

안녕하신 칠월 보름달님이

건조대에 덩실하게 올라

태풍으로 말끔한 감동을 비춰보고 있다

바람에게 뭉클한 곁자리 내주고

아닌 밤중에 터트린 로또 당첨 같은 확률

탄성은 도둑같이 찾아오리니

잠자리에서 매무시를 허투루 하지 말 것

나를 깨운 건 월궁항아의 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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