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반점의 후예라면
- 무돌길 백남정재를 넘다
김성룡
백두대간의 바통을 이어 달리던 호남정맥이
제풀에 지쳐 한숨 돌리는 재가 있다
이곳 백남정百男丁에서
쇠백로 한 마리 지음을 찾는 길에
잠깐 다리쉼하느라 바른편 다리를 드는 거나
맞은편 다리를 드는 거나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물끄러미 바라보던 물방울 떨어져
오른쪽 등성이를 타거나
왼쪽 등성이를 타거나 무슨 대수가 있을까
골짜기 따라 길을 내다가
섬진강과 영산강의 젖줄기를 이루어
돌아드는 들녘마다 그 품안에 매달려 배를 불린다
산자락의 높고 기울어짐이야 자연스럽지만
쉬어 넘던 한줌 바람이 어느 쪽으로 달아날 것인지
속내를 지레짐작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울창한 소롯길 수백의 장정이
천길 벼랑에 선 강산을 지키려 죽창을 꼬나 쥐고
우렁차게 뛰어넘던 의로움 길이 새길 수 있으리라
이 땅 푸른 반점의 후예라면
백남정재 의병길 따라 걸으며
이름 없는 충절을 밝혀 기릴 수야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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