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기울어지는 것

그 서풍 2018. 10. 17. 14:43


기울어지는 것

                      김성룡

 

느티나무 한그루 아슬하다

곰적골로 가는 비탈길 모서리에

직립을 잃고 기우뚱 한데

부릅뜬 안간힘이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기울어지는 것은 바로서기를 포기하는 일

몸이 흔들릴 때마다 세찬 바람소리 출렁인다

태풍은 언제쯤 찾아올까

활개는 어느 쪽으로 쳐야할까

흔들리는 각도에게 더 이상 휘둘릴 수 없다

중력을 거스르는 몸부림은

바로 곁 너럭바위에게 무릎을 내주었다

그가 아니 무너지는 중심을

억겁의 힘으로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있다

세간의 입질은 아랑곳없이

태풍의 발길질과 맞서려는 균형의 추

벼랑 끝에서 사선과 지평이  

저들 손이 기울어진 지축을 받들고 있다.

    


'시작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염의 계절  (0) 2018.11.11
연리목  (0) 2018.10.28
기수에게  (0) 2018.10.06
용서앓이 - 솔개를 위하여  (0) 2018.09.30
푸른 반점의 후예라면   (0) 2018.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