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지는 것
김성룡
느티나무 한그루 아슬하다
곰적골로 가는 비탈길 모서리에
직립을 잃고 기우뚱 한데
부릅뜬 안간힘이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기울어지는 것은 바로서기를 포기하는 일
몸이 흔들릴 때마다 세찬 바람소리 출렁인다
태풍은 언제쯤 찾아올까
활개는 어느 쪽으로 쳐야할까
흔들리는 각도에게 더 이상 휘둘릴 수 없다
중력을 거스르는 몸부림은
바로 곁 너럭바위에게 무릎을 내주었다
그가 아니 무너지는 중심을
억겁의 힘으로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있다
세간의 입질은 아랑곳없이
태풍의 발길질과 맞서려는 균형의 추
벼랑 끝에서 사선과 지평이
저들 손이 기울어진 지축을 받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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