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전염의 계절

그 서풍 2018. 11. 11. 12:45


고창 문수사에서



전염의 계절

                          김성룡

 

원시의 빛깔이 일렁이는 그늘 아래

한그루 가로수되어 그가 서 있다 

황금빛 승강장이 아득한 시간너머 응시하고 있다

무료한 어깨를 흔들며 달려오는 소리

이윽고 한 아름 채색이

그의 꽁무니 쫓아 버스에 오른다

거칠게 토해내는 숨소리 가속기를 밟을 때마다

파랑을 일으키며 벅차오르는 오방색

물감을 돌아드는 길나들이에 쏟아 붓는다

다가서는 마을과 거리는

백악기의 기억으로 물들어 가고

편차가 클수록 풍경은 몸살을 앓는데


여름내 볕을 탐하던 초록이

자신만의 가장 환하고 쓸쓸한 빛깔로

전염傳染이 되는 지금은 가을.

 


'시작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부 여쭈다  (0) 2018.12.11
시월 초여드레  (0) 2018.11.19
연리목  (0) 2018.10.28
기울어지는 것  (0) 2018.10.17
기수에게  (0) 2018.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