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무대 저 멀리서 노란 점 하나가 점점 다가오더니 마침내 항아의 실눈썹 같은 형상을 들어낸다.
월궁을 상징하는 원형의 푸른빛 띠를 두른 정자와 환상적인 조형물이 주위를 선회하는 순간 초승달 모양의
월궁에 한 선녀가 극적으로 등장한다.
출연진 대부분이 아마추어인데 이 선녀 역은 전문인이라고 한다.
하늘거리는 눈부신 백색 너울을 휘날리며 일인무를 추는 항아 선녀,
이윽고 그녀는 너울을 벗어 던지고 늘씬한 자태를 들어낸 채 일인무를 계속한다.
이강의 맑은 물에 하늘의 선녀가 내려 와 목욕을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꾼과 선녀'이야기가 떠 오른다.
사실 이 장면은 유삼저의 이야기와 상관이 없는 대목이 아닌가.
아무래도 극적인 연출을 위해 이 모티브를 추가한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인상유삼저"의 산수극장에 이 장면이 없다면? 하고 가정을 해 본다면 그 대답이 명확해 질 것이다. ^)^
극중에서 인상적인 일명 '월궁 항아의 춤' / 중국 양삭 현지에서 촬영
장예모 감독의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장예모 감독이 계림에서 65km 떨어진 양삭의 이강 주변 진경산수와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12봉우리를 무대와 배경으로 삼아 실경 연출한 작품이 ‘인상유삼저’이다.
민간에 구전되어 오는 '유삼저' 설화를 바탕으로 화려한 조명, 웅장한 사운드, 6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출연진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문자 그대로 직역하면 ‘인상적인 유씨 집안의 셋째 딸’이라는 뜻인데 유삼저가 악덕 지주의 방해를 이겨내고
사랑하는 이웃마을 총각한테 시집간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강변 5개 마을 주민 300여명이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공연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장예모의 이강 예술학교 학생 300명과 함께)
자연과 인간, 빛과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기발한 연출력과 웅장한 스케일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5년 여에 걸친 준비기간을 거쳐 2004년 부터 공연을 시작했는데 장예모의 인지도와 유명세가 더해져 양삭은
국제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당시 인구 6만의 고을 현에 불과했지만 '인상유삼저' 공연 이후 지금은 30만이 넘는 중견도시로 변모했다.
(장예모,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개폐회식을 지휘한 총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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